세 가지의 추억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초등 무렵 갑자기 비가 오면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께서 우산을 들고 와 기다려주시는데 저는 일하시는 부모님께서 오실 수가 없어 혼자 비를 맞으며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게 속상한 게 아니고 비가 올 때마다 자유로움을 느꼈습니다. 비를 맞으며 물첨벙 놀이를 하며 집에 가는데 뭔가 일탈 감을 느꼈던 듯합니다. 엄격하신 부모님 밑에서 크느라 어렸을 적부터 비교당하고 혼나고, 일탈 행동을 꿈도 못 꾸던 때라 더욱 그리 느꼈던듯합니다. 그리고 중학교 무렵부터는 비만 오면 부침개를 산더미처럼 해놓는 취미가 생겼더랬습니다. 엄마가 비가 오는 날이면 집에 오기 무서워하셨을 정도로요 ㅎㅎ 김치전이든 파전이든 닥치는 대로 해놓고 몇 날 며칠 도시락 반찬으로 싸다녔네요 ㅎㅎ 마지막으로..
저는 30대부터 노인 복지관에서 어르신들에게 한국무용을 가르치는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십 년 넘게 그 일을 하며 곱고 마음 넓게 나이 드신 분을 보면 나도 저 나이가 되면 저런 모습으로 살아야지 생각했고 때로 어른이 어른답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면 나는 저렇게 나이 들지는 말아야지를 많이 생각했었답니다. 이제 육십을 넘기고 내가 그때 그분들만큼의 나이에 다가서니 누구와의 관계에서든 易地思之 하며 말과 행동을 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봄을 재촉하듯 비 내리는 3월 첫날 아침 다시 한번 易地思之하며 3월을 시작하게 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어머니하고 함께 산지 18년차가 되어갑니다. 함께 살면서 잔소리하고 싶고 뭐라고 하고 싶은 상황들이 얼마나 많으셨겠어요. 그런데 어머님은 항상 한 템포 참으십니다. 그리고..